1. 간단히 살펴보기: “쇼핑몰 상품권” 예시로 이해하기
일반 쇼핑몰에서도 현금 대신 일정 금액을 담보한 ‘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10만 원을 내면 동일한 가치를 지닌 상품권을 받게 되고, 이 상품권은 다시 쇼핑몰에서 현금과 유사하게 사용 가능하다. 안정적으로 10만 원의 가치를 유지하므로, 쇼핑몰 안에서는 ‘준(準)화폐’처럼 쓰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도 이와 비슷한 방식이다. 일정 자산(법정화폐, 미국 국채, 기타 자산 등)을 담보로 코인을 발행하여, 해당 담보 가치에 따라 거의 1달러(혹은 다른 기준 화폐)에 고정되도록 만든 디지털 토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Stable”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암호자산(가령 비트코인)이 가진 극단적 변동성을 상쇄하고,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환경에서 ‘디지털 달러’처럼 활용될 수 있게끔 설계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2. 스테이블코인이란? 기본 개념과 작동 방식
2-1. 정의: Fiat-pegged Token
- Fiat Currency(법정화폐) 가치에 연결(Peg)된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 주로 달러(USD)에 연동되어 1코인 = 1달러를 지향하도록 설계된다.
- 물론, 위안화, 원화 등 다양한 화폐에 Peg된 스테이블코인들도 있으며, 활발히 사용중이다. 다만, 유동성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압도적으로 클 뿐이다.
2-2. 작동 방식별 분류
- Fiat-collateralized Stablecoin
- 실제 달러 예치금, 미국 국채, 상업어음(Commercial Paper) 등 법정화폐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다.
- 테더(USDT), USD코인(USDC)이 대표적이며, 보통 재단이나 금융기관이 준비금을 관리한다.
- Crypto-collateralized Stablecoin
- 이더리움(ETH), 비트코인(BTC) 같은 암호자산을 초과담보(Over-collateralized) 형태로 묶고, 그 담보비율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 예) DAI(MakerDAO) 시스템
- 암호자산이 변동성이 커 담보가치가 급락할 경우, 자동 청산(Liquidation) 장치로 안정성을 유지한다.
- Algorithmic Stablecoin
- 별도의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 발행량과 소각량을 조절해 1달러 Peg를 맞추려 한다.
- 테라-루나 사태로 잘 알려진 사례처럼, 담보 없이 순수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것은 시스템적 리스크가 크다.
✅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1달러 가치 유지가 목표지만, 완벽한 안전성을 보장하기란 쉽지 않다. 담보 자산의 투명성, 시장충격, 운영 주체의 신뢰도, 알고리즘 설계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3.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
3-1. 달러 패권(Dollar Hegemony) 유지 혹은 강화
- 전 세계 무역과 금융의 결제·청산 과정에서 달러가 핵심 역할을 해왔다.
-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달러 표준’을 더욱 강력히 구축할 기회를 준다.
- 글로벌 각지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된다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탈중앙화 세계에서도 미국 달러의 영향력이 커진다.
3-2. 미국채(US Treasury) 수요 증대
- Fiat-collateralized Stablecoin은 준비금(Reserve)으로 미국 국채, 단기 채권 등을 대량 보유한다.
- 발행사가 규모를 키울수록 국채 매입 수요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
- 이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 강화와 동시에, 미국 재정 운영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3. 금융혁신 & 규제 틀 마련
- 미국 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시대의 은행예금’처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 SEC(증권거래위원회), OCC(통화감독청), Fed(연준) 등 규제기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연계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4.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패권, 그리고 미국채와의 관계
- 달러의 글로벌 통화 지위 강화
- 지금까지 달러는 무역결제, 외환보유고, 금융거래 표준 등 다양한 면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었다.
- 스테이블코인이 주는 편의성(24시간 국제 송금, 빠른 결제, 낮은 수수료)은 달러가 가진 네트워크 효과를 디지털 환경으로 확대해줄 가능성이 높다.
- 미국채 수요 확대 → 금리 하방 압력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T-bills)나 Repo 시장 등에 투자한다면, 국채 수요가 늘어난다.
- 수요가 증가하면 국채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할 수 있고, 미국이 비교적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 CBDC와의 경쟁 혹은 상호 보완
- 미국 연준이 직접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등장한다면,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어느 정도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 다만,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혁신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디파이(DeFi) 서비스와도 밀접하게 연동되므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 DeFi(Decentralized Finance): 은행·증권사 같은 중앙화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5.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금융혁신과 리스크
5-1. 금융혁신 측면
- Cross-border Payment 혁신: 기존 은행 시스템 대비 빠르고 저렴한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 DeFi 생태계 확장: 탈중앙화 거래소(DEX), 예치(Lending)·차입(Borrowing) 프로토콜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핵심적인 거래·청산 단위가 된다.
- 은행 소외(Underbanked) 계층 포용: 전통 금융 시스템 밖에 있는 이들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글로벌 결제·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5-2. 리스크와 우려
- 준비금 투명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한 담보 자산이 충분한지, 안전한지 확인하기 어렵다면 “뱅크런(Bank Run) 가능성”이 존재한다.
- 규제 공백(Regulatory Gap): 국가별로 다른 스탠스를 취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시장 전체로 파급될 위험이 있다.
-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 DeFi 프로토콜과 스테이블코인이 상호 연결된 상황에서, 특정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전반적인 유동성 경색, 대규모 청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 금융보안 이슈: 해킹이나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을 노린 공격이 발생할 경우, 단숨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6. 투자자 관점: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6-1. 암호자산 시장 내 ‘안전자산’ 역할
- 암호자산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피하려는 트레이더들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
-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급등락할 때,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을 옮겨둠으로써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다.
6-2. DeFi 예치(Lending) & 차입(Borrowing)
-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이자를 얻을 수 있는 DeFi 프로토콜이 많다.
-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려와 레버리지를 일으키거나, 다른 자산을 추가 매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 다만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와 청산 리스크가 있으므로, 담보 비율 유지와 프로토콜 신뢰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6-3. Arbitrage 기회
- 거래소 간, 혹은 스테이블코인 간에 미세한 프리미엄/디스카운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 시장이 급변할 때 일시적으로 가격 괴리가 커져, 차익거래(Arbitrage)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6-4. 글로벌 송금·결제
- 회사나 개인이 해외 송금 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전통 금융 채널 대비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 현지 거래소나 장외(OTC)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현지 화폐로 쉽게 교환할 수 있다면, 국제무역 결제 등에도 활용 여지가 있다.
7.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및 전망
- 미국 규제 동향
- SEC,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증권·파생상품·은행 예금 등으로 분류할지, 혹은 별도 규제체계를 마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 일부 의회 의원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사실상 ‘은행업’과 다르지 않으므로, 은행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글로벌 표준화 논의
- 국제결제은행(BIS) 등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과 규제당국이 스테이블코인 표준화 또는 감독 지침을 논의 중이다.
- 유럽연합(EU)의 경우 MiCA(Regulation on Markets in Crypto-assets)를 통해 암호자산 전반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하고 있다.
- 중장기 전망
-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으면, 전 세계적으로 미국 달러 기반 결제 생태계가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 이에 반발하거나 독자적인 CBDC 발행을 가속화하려는 국가들도 늘어날 수 있다.
- 궁극적으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vs.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vs. 기존 은행 시스템” 간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정착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 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다.
9. 스테이블 코인 점유율
스테이블코인 시장 총액(Market Cap)은 2020년 이후 급격히 성장하며, 비트코인 가격과도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시점마다 스테이블코인 시총도 가파르게 증가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암호자산 시장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의 ‘준(準)화폐’ 역할을 하면서 자금흐름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최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이는 동안 스테이블코인 시총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소폭 줄어드는 구간도 나타나는데, 이는 시장의 변동성 확대 시기에 디파이(DeFi) 이용량 감소, 규제 이슈, 발행사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에서도 발행사별로 점유율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테더(USDT)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어 서클(Circle)의 USDC, 바이낸스의 BUSD 등이 뒤를 잇는 구조다. 특히 USDT는 암호자산 초기부터 가장 오래된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로, 디파이(DeFi)·중앙화 거래소(CEX) 등을 막론하고 폭넓은 거래 쌍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 점유율 확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USDC와 BUSD 역시 규제·투명성 측면의 신뢰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규제 이슈나 발행사의 자산 구성 등이 부각되면서 점유율 변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9. 마무리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자산 시장에서 마치 디지털 달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달러화에 1:1로 연동되어 극심한 변동성을 회피할 수 있고, 24시간 글로벌 결제·송금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에 포함된 미국채 보유량이 증가함으로써 달러와 국채 시장에 대한 수요 역시 촉진될 수 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규제적·기술적·운영상으로 완벽히 정비되지 않은 분야다. Terra-Luna 사태를 비롯해 알고리즘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도 있고, 준비금 투명성이나 뱅크런 가능성 같은 리스크가 상존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담보 자산이 충분히 안전한지, 발행사(혹은 프로토콜)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자본 흐름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며, DeFi 생태계 확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각국 정부가 어떻게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느냐, CBDC 등장 시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 등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달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탈중앙화 및 디지털화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축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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